불교전통교육 제대로 이수한 이력종장 
장수 도광사 주지 초임 시절의 남파스님 남파스님은 귀정사에서 유가 칠서를 수료하고 순창 구암사로 향했다. 구암사는 백제 무왕(623년) 때 창건된 사찰이다. 무려 1400여년전의 일이다. 19세기에는 유형(有炯, 1824∼1889)이 머물렀고, 유형의 제자 처명(處明, 1858∼1903)은 구암사에서 조선 후기의 유명한 성리학자 전우(田愚, 1841∼1922)와 함께 불교교리를 연구하였다. 또한 근대의 고승 한영(漢永, 1870∼1948)스님은 이곳에서 처명의 법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석전 박한영스님은 이미 1948년 내장사에서 입적에 들었기 때문에 남파스님은 석전스님에게 직접 수강하지는 않았지만, 석전의 제자들이 전북 일대는 물론 전국에 고루 퍼져 있었다. 남파스님은 유가 칠서를 이미 연찬(硏鑽)했기에 구암사 강원에서의 내전은 순식간에 독파해버렸고, 오히려 중강을 하면서 안거에 정진할 정도였다. 남파스님은 귀정사와 구암사에서 내외전을 마친 셈이었다.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신학문이 들어오기 전에는 강원에서 이력을 보아야 했다. 강원의 교과 과정은 사미과 사집과 사교과 대교과 수의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사미과는 초등학교, 사집과는 중학교, 사교과는 고등학교, 대교과는 대학과정에 해당하며, 수의과는 대학원에 해당한다. 학제상 사미과는 사집과의 예비문으로서 율신(律身)의 법을 알게 함이 목적이었으며, 사집과는 간경(看經)의 기초를 습득시킴을 목적으로 하였다. 사교과는《능엄경》등의 요의경전(了義經典)을 연구하는 데 목적을 두었으며, 대교과는 격외(格外)의 선지(禪旨)를 담은 「염송(拈頌)과 최고의 교리를 담은 《화엄경》을 수학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남파당 정수대종사가 후학과 제자들을 제접하면서 지도했던 혜봉사 명월당.
이와 같은 학제의 원류는 고려 중기에 지눌(知訥)이 정혜결사(定慧結社)를 시작한 데서 찾을 수 있다. 그 뒤 보우(普愚)와 조선 초기 지엄(智嚴)에 의해 사집과가 정해지고, 명종 때를 전후하여 영관(靈觀)과 일선(一禪)이 나와 사교과와 대교과의 기틀을 마련하여 선조 때 휴정·부휴(浮休) 등에 의해서 제도적으로 정비되었다. 17세기에 이르러 설제(雪霽)·도안(道安)·정원(淨源) 등과 성총(性聰)이 나와 크게 강경(講經)을 전업(專業)함으로써 이 제도가 완비되었고,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오늘까지 전하고 있다. 여기서 설제스님은 귀정사 스님이었다. 구암사 귀정사 내장사 등은 조선시대 강원 교육의 전통과 강맥이 그대로 계승되고 있었다. 남파당 정수 대종사 49재가 봉행되고 있는 혜봉사. 우리나라 불교계에서는 1970년대 까지만 해도 강원 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했었다. 이유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불교의 경론 연구가 고스란히 한문이라는 경전어(經典語)로 기록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방 상좌부의 빨리어, 일부 현존하는 산스크리트어로 남아 있는 대승경전의 범어, 범어에서 한역된 동아시아 대승불교의 한문, 범어(산스크리트어)에서 티베트어 역으로 번역된 깐쥬르(經部)와 텐구류(論部)인 경론 기록인 티베트어 등이 불교 경전어이다. 부처님의 일대시교(一代時敎)를 배우고 불교의 경론(經論)을 연마하려면 한국불교에서는 한문을 마스터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유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주요 경론이 한역(漢譯)되어 전부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큰 스님들의 말씀이 “절에 오면 중은 한문 공부를 해서 강원을 마쳐야 중으로 오래 간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대승불교를 제대로 공부하려면 한문 실력이 탄탄해야 한다. 남파 스님은 일찍이 귀정사와 구암사에서 내외전의 이력과정을 마치고 안거까지 마친다음에 사판의 길인 주지소임을 맡은 것이다. 글: 원응 | 
